빈부격차를 비추는 거울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사뿐 아니라 세계 영화사의 이정표로 남았습니다.
저 역시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웃음과 긴장, 그리고 마음속 깊은 울림을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단순한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었습니다.
1. 가족의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사회의 초상
영화는 반지하 방에 사는 기택 가족의 일상으로 시작합니다.
창문으로는 길가의 담배 연기와 취객의 소변이 그대로 들어오고, 인터넷조차 공짜 와이파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연결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웃음과 동시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한편, 언덕 위의 대저택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쏟아지고, 정원에는 잘 손질된 잔디가 깔려 있죠.
두 공간을 오가며 펼쳐지는 대비는 ‘현실 속 계급의 격차’를 생생히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특히 폭우가 쏟아진 날, 기택 가족이 무너져 내린 반지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비가 한 가족에게는 파티를 위한 깨끗한 공기를 선물했지만, 또 다른 가족에게는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재앙이 되었으니까요.
그 순간 저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어도 이렇게 다른 운명을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웃음 뒤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
봉준호 감독은 초반부를 코미디처럼 가볍게 시작합니다.
기택 가족이 하나둘씩 집안에 들어가며 박 사장 가족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슬며시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웃음 뒤에는 뼈아픈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웃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습니다.
‘내가 웃고 있는 이 장면이, 사실은 누군가의 아픔을 희화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자책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박 사장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었습니다. 그는 “냄새”라는 표현으로 기택을 구분 짓습니다.
저는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단순한 체취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감과 계급의 장벽을 드러내는 상징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웃음 끝에 남은 불편함,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이었습니다.
3. 개인적인 여운과 교훈
마지막까지 영화는 저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기우가 집을 사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은 겉으로는 희망처럼 보이지만, 저는 곧바로 그것이 얼마나 멀고도 어려운 약속인지 깨달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마치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 한계와 개인의 의지를 동시에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저는 ‘내가 가진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던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 공감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생충은 단순히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라, 제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